잃어버린 자유, 사슬에 묶인 선택

잃어버린 자유의지

태초에 주어진 자유의지는 순수한 선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숨결로 빚어진 그 의지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위한 거룩한 도구였습니다.
기계적 순종이 아닌 자발적 사랑을 위해
그분은 내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셨습니다.

에덴의 아침 이슬 맺힌 풀잎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던 그 시절,
내 자유의지는 창조주의 뜻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습니다.

선악과 앞에 서 있을 때에도,
내 의지는 그분을 향한 순종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순종의 순간,
자유의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이 되려 했던 그 선택이
역설적으로 나의 선택 능력을 무너뜨렸습니다.
자유를 갈망하여 담장을 넘었지만,
그 너머에는 더 견고한 감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내 자유의지는 굽어진 거울처럼,
참된 선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선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고
악을 미워하면서도 끌려가는 모순 속에 살아갑니다.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이제는 내 안의 죄성에 매여
스스로 풀 수 없는 사슬에 갇혀 있습니다.


사슬에 묶인 선택

선과 악을 알게 된 이후,
내 자유의지는 더 이상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유를 외치며 떠난 탕자처럼
스스로 선택한 노예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내 의지는 죄의 중력에 끌려
늘 아래로,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돼지 먹이를 향해 뻗은 내 손으로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죄로 물든 내 눈은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원하는 선은 행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악은 그만두지 못하는
이 굴레에서 스스로는 나올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자유라 외치던 내 입술은,
이제 노예의 신음소리만 내뱉습니다.
하나님을 거스르는 독립을 선언했으나,
도리어 죄의 속박에 매여
죽음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선악을 판단하겠다던

교만한 의지는 이제

스스로 선을 행할 능력조차 상실했습니다.

손상된 내 자유의지는
갈라진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는
깨어진 두레박과 같이 헛된 수고를 반복합니다.
선을 향한 갈망은 있으나
그것을 이룰 힘은 없는
이 모순의 심연 속에 갇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