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맡김, 자비와 긍휼: 참된 평화를 향한 두 갈래 길

현대인의 내적 갈증과 영적 해답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합니다. 더 많은 소유, 더 깊은 관계, 더 큰 안정감을 추구하지만, 손에 쥐었던 것들이 영원히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또 다른 갈망에 사로잡힙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하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삶의 본질 앞에서 우리는 종종 불안과 고통을 느끼곤 합니다. 인생길에서 만나는 지혜, '비움과 자비' 긍휼과 맡김 여정을 통해서 참된 평화를 향한 길을 발견하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묵상을 시작합니다.

 

비움의 길: 무소유를 통한 해탈의 추구

불교의 지혜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가르칩니다. 그 어떤 것도 영원히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변화의 흐름 속에서는 '나'라는 고정된 실체조차 없다는 무아(無我)의 지혜를 만납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무소유(無所有)라는 비움의 자세로 인도하며, 모든 집착에서 비롯된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해탈에 이르는 길로 안내합니다.

 

'나'라는 관념과 소유욕을 비워낼 때, 내 안의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고, 심지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마저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잃어버릴 것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없으니 자와 타의 경계도 허물어지며, 결국 타인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고통에서도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나 애써 모든 것을 놓으려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깨달음의 지혜를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비움이 그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을 만나게 됩니다. 

 

자비의 마음: 모든 존재를 향한 무차별적 사랑

비움의 길 위에서 우리 만나는 지혜는 자비(慈悲)라는 고귀한 마음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차별 없는 사랑과 그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며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이라 합니다. 나와 너를 가르지 않고, 모든 존재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이 자비의 실천은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우리 자신에게도 깊은 성찰과 평온함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이 자비의 길은 동시에 우리의 한계도 깨닫게 합니다. 때로는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실존적인 고독과 깊은 목마름 앞에서 인간의 연약한 한계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마주하며 우리 마음속에는 '자비'를 넘어선 '긍휼'이라는 이름의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랑에 대한 소망이 피어오릅니다.

 

긍휼의 은혜: 용서와 구원을 통한 참된 자유

'긍휼'(矜恤)은 인간적인 자비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자비'가 모든 존재를 향한 보편적 사랑과 연민에 가깝다면, '긍휼'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멀어진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랑, 특히 '용서'와 '구원'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긍휼은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든지, 우리의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바로 이 긍휼의 절정입니다. 우리의 어떠한 노력이나 자격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긍휼로 말미암아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을 받는 것입니다.

 

맡김의 길: 하나님의 긍휼을 경험하는 통로

이 놀라운 하나님의 긍휼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맡김'의 길입니다. 앞에서 묵상했던 '비움'의 길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나'라는 존재까지 비워내는 치열한 과정이었다면, '맡김'은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긍휼 하신 손에 나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내어 맡겨드리는 믿음의 길입니다.  '맡김'은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넓은 품에 안기는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를 비우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긍휼의 하나님께서 나의 빈자리를 당신의 사랑과 생명으로 채우시도록 나를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자비에서 긍휼로: 참된 평화를 찾아서

하나님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상처 입은 비움의 여정 끝에 만나는 반석 위에 온전히 기대어 눕는 것과 같습니다. 그분의 무한하신 긍휼의 품에 나 자신을 완전히 기대 누움으로써, 그분의 따스한 안으심 속에 나를 맡기는 믿음입니다. 

 

오늘, 나는 나의 삶을

그 깊고 넓은 은혜와 사랑의 품에 맡겨보려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려던 완전한 비움과 자비의 실천을 내려놓고, 그보다 더 깊고 넓은 하나님의 긍휼 안에서 참된 평화를 발견하는 은혜의 여정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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